경제적 자유나 조기은퇴(FIRE)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막히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도대체 얼마를 모아야 은퇴할 수 있는 걸까?” 막연하게 “10억”, “20억” 같은 숫자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이 질문에는 아주 간단한 공식이 있습니다. 바로 25배 법칙입니다.
목표 자산 = 연간 지출액 × 25
예를 들어 은퇴 후 한 달 생활비로 300만원을 쓴다고 가정하면, 연간 지출은 3,600만원입니다. 여기에 25를 곱하면 목표 자산은 9억원이 됩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단순한 곱셈이지만, 이 “25”라는 배수는 아무렇게나 정한 게 아닙니다.
25배 법칙은 앞서 다룬 4% 룰을 거꾸로 뒤집은 것입니다. 4% 룰은 “모은 자산의 4%씩만 매년 인출하면 30년간 자산이 고갈되지 않는다”는 원칙인데, 이를 수식으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연간 지출 = 목표 자산 × 4%
이 식을 목표 자산에 대해 풀면
목표 자산 = 연간 지출 ÷ 4% = 연간 지출 × 25
즉 “4%씩 인출해도 버틸 수 있는 자산 규모”를 거꾸로 계산하면 자연스럽게 “연 지출의 25배”라는 숫자가 나오는 것입니다. 4% 룰과 25배 법칙은 사실상 같은 원칙을 표현만 바꾼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25배 법칙은 계산이 단순한 만큼 몇 가지 전제를 반드시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첫째, 기준이 되는 “연간 지출”을 현재 생활비가 아니라 은퇴 후 예상 생활비로 잡아야 합니다. 은퇴 후에는 통근비나 회식비가 줄어드는 대신 의료비나 여가비가 늘어날 수 있어, 단순히 현재 소비를 그대로 대입하면 오차가 커집니다.
둘째,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처럼 나중에 들어올 현금흐름이 있다면, 그만큼을 연간 지출에서 미리 빼고 계산하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으로 월 80만원을 받을 예정이라면, 순수하게 내 자산으로 감당해야 할 생활비만 25배 계산에 넣으면 됩니다.
셋째, 이 공식은 미국 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4% 룰에서 파생된 만큼, 시장 상황이나 은퇴 기간(조기은퇴로 40년 이상을 버텨야 한다면)에 따라 25배보다 보수적으로 30배, 33배까지 잡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25배 법칙은 복잡한 은퇴 시뮬레이션 없이도 “내가 지금 얼마를 목표로 모으고 있는지” 종이 한 장에 적어볼 수 있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다만 최종 목표 금액은 개인의 지출 구조, 연금 수령 계획, 투자 성향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대략의 감을 잡은 뒤에는 은퇴 계산기로 자신의 조건에 맞춰 한 번 더 검증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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