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 블로그에서 리뷰한 투자서들은 전부 한 방향을 가리켰다. 인덱스 펀드를 사고, 가치주를 골랐으면 버티고, 시장 타이밍을 잡으려 하지 말라는 거였다. 그런데 이 책은 그 흐름을 완전히 거스른다. 저자 후지모토 시게루는 89세 나이에 매일 새벽 2시에 일어나 미국 증시와 선물 동향을 확인하고, 3대의 모니터 앞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매매하는 현역 데이트레이더다. “일본의 워런 버핏”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지만, 정작 투자 방식은 우리가 아는 버핏과는 정반대에 가깝다. 그래서 더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는 1936년 가난한 농가의 막내로 태어나 19세에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반려동물 가게에서 일하다가 증권사에 다니는 손님을 만난 게 계기였다고 한다. 이후 마작장을 운영하며 투자를 이어가다가, 1986년 전환사채 투자를 계기로 본격적인 전업 투자자가 됐다. 66세에 처음 컴퓨터를 접했다는데, 그 나이에 새로운 도구를 받아들이고 지금까지 70년 가까이 시장에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그 70년 동안 평탄하기만 했던 건 절대 아니다. 블랙먼데이, 일본 버블 붕괴, 리먼 쇼크, 동일본 대지진, 코로나19까지 굵직한 위기를 다 겪었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때는 맨몸으로 집을 빠져나와 살림을 다 잃었고, 버블 붕괴 때는 어렵게 쌓은 자산의 80%를 한 번에 날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결국 자산 180억 원을 일궜고, 지금도 80여 종목을 동시에 운용하며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이 여기다. 종목을 고르는 대원칙 자체는 가치투자와 거의 똑같다.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늘고 망할 위험이 적은 기업을 고르고, 저평가됐을 때 천천히 매수해서 비싸지면 판다. 여기까지는 워런 버핏이나 조엘 그린블라트와 다를 게 없다.
근데 그다음부터가 다르다. 가치투자자가 한번 자리에 앉으면 웬만해선 일어나지 않는 사람이라면, 시게루는 새벽부터 미국과 일본 시장 정보를 확인하고 차트와 거래량을 들여다보며 하루에도 몇 번씩 자리를 옮기는 사람이다. 같은 기차(우량 기업)에 탑승하는 건 같지만, 가치투자자가 종착역까지 가만히 앉아있는 승객이라면 시게루는 그 기차 안에서 끊임없이 자리를 바꾸며 매일매일의 등락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승객인 셈이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이 이거다. “가격이 떨어진 주식을 사고, 가격이 오른 주식을 판다. 제가 하고 있는 건 이것이 전부입니다. 이것이 70년 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100년이 지난 후에도 변하지 않을 투자의 진리니까요.” 너무 단순해서 허무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70년간 실전에서 검증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다.
이 단순한 원칙을 지키는 게 왜 어려운지도 책은 솔직하게 짚는다. 우리는 가격이 떨어지면 더 떨어질까 봐 무섭고, 가격이 오르면 더 오를까 봐 못 판다. 단순한 원칙과 실제 행동 사이의 간극, 그 간극을 메우는 게 결국 경험과 루틴이라는 게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이다.
저자는 투자은행, 헤지펀드, 거액 주주, 베테랑 개인 투자자가 모두 경쟁자인 시장에서 이익을 내려면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건 펀더멘털 분석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영역이다.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매수·매도 타이밍의 의도까지 함께 읽으려는 시도가 그가 매일 새벽부터 정보를 확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본인의 루틴과 분석, 판단으로만 시장에 맞서면서 저자는 ‘주식 투자의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 책 제목이 왜 “기쁨”인지 이 대목에서 이해가 됐다. 그에게 투자는 돈을 불리는 수단을 넘어서, 매일 스스로 판단하고 그 판단이 맞아떨어지는 걸 확인하는 지적 게임에 가깝다. 89세까지 이걸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결국 이 ‘재미’ 자체였던 것 같다.
책은 독자에게 직접 묻는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나이가 많다고, 집중력이 짧다고, 장이 좋지 않다고 핑계만 대고 있지는 않은지. 89세에도 현역으로 시장과 씨름하는 사람이 던지는 질문이라 그런지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근로소득만으로는 원하는 삶을 일구기 힘든 시대에, 어차피 해야 하는 투자를 회피하지 말고 즐겁게 지속할 방법을 찾으라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다만 이 책을 읽을 때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고 싶다. 저자의 방식은 80여 종목을 동시에 모니터링하며 매일 새벽부터 분석하는, 사실상 풀타임 직업에 가까운 투자법이다. 본업이 따로 있는 일반 직장인이 이 루틴을 그대로 따라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70년의 경험과 감각이 쌓인 사람의 판단력을 책 한 권으로 똑같이 체화하기도 쉽지 않다. 이 책은 구체적인 매매 기법서라기보다, 시장을 대하는 태도와 꾸준함의 힘을 보여주는 책으로 읽는 게 맞는 것 같다.
별점은 5점 만점에 4점. 지금까지 읽은 투자서들이 전부 “한번 사면 흔들리지 말고 버텨라”는 메시지였다면, 이 책은 “버티는 것도 투자고, 매일 능동적으로 시장과 부딪히는 것도 투자”라는 또 다른 길을 보여준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기보다, 본인 성향과 시간 여유에 맞는 방식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무엇보다 89세에도 “이게 즐거워서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 자체가, 투자 기법을 떠나서 인생을 대하는 태도 면에서도 곱씹을 만한 책이었다.
이 글은 개인적인 독서 후기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데이트레이딩은 일반적으로 높은 리스크와 시간 투입을 요구하는 투자 방식이며, 투자 판단은 본인 책임 하에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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