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책을 계속 읽다 보면 두 부류로 나뉜다. 숫자와 데이터로 설득하는 책, 그리고 태도와 철학으로 설득하는 책. 지금까지 리뷰했던 《Just Keep Buying》이나 《투자에 대한 생각》이 전자에 가깝다면, 김승호 회장의 《돈의 속성》은 완전히 후자다. 처음엔 “돈은 인격체다” 같은 문장을 보고 좀 비유적인 표현이겠거니 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이게 그냥 멋있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저자가 진짜로 일관되게 밀고 나가는 핵심 철학이라는 걸 알게 됐다.
저자 김승호는 1987년 대학을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식당업으로 시작해서, 한인 기업 최초로 글로벌 외식 그룹(SNOWFOX GROUP)을 일군 사업가다. 이론가가 아니라 본인이 직접 맨손으로 돈을 벌고 잃고 다시 일군 경험을 풀어낸 책이라, 다른 재테크 책들과는 결이 다르다. 2020년 출간 이후 5년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한국에서 가장 많이 읽힌 재테크 책 중 하나이기도 하다.
목차를 보면 “돈을 다루는 네 가지 능력”, “마중물과 종잣돈”, “1억 만들기의 다섯 가지 규칙”, “좋은 부채, 나쁜 부채” 같은 실용적인 제목들과, “돈은 인격체다” 같은 철학적인 챕터가 같이 섞여 있다. 투자 기법보다 돈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그 태도가 만들어내는 습관에 훨씬 더 무게를 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유명한 메시지이자, 처음엔 가장 안 와닿았던 부분이다. 저자는 돈을 자신을 존중하고 아껴주는 사람에게 끌리는 존재로 그린다. 함부로 대하면 떠나가고, 소중히 여기면 더 큰 돈을 데려온다는 식이다.
처음엔 “돈이 무슨 감정이 있나” 싶었는데, 곱씹어보니 이게 실제로는 행동경제학적으로도 말이 되는 이야기였다. 10원 한 장도 소중히 다루는 사람은 결국 모든 지출과 저축에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푼돈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은 큰돈이 들어와도 똑같이 우습게 쓴다. 결국 “돈을 인격체로 대하라”는 건 돈에 대한 의인화라기보다, 본인의 소비·저축 습관을 점검하라는 메시지를 좀 더 강렬하게 포장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인상 깊었던 비유다. 작은 돈이 모여 큰돈이 되고, 큰돈은 더 큰돈을 끌어당긴다는 거다. 복리 개념을 좀 더 직관적으로 풀어낸 표현인데, 저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종잣돈 1억 만들기”를 구체적인 시작점으로 제시한다.
1억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그 1억을 만드는 과정에서 몸에 배는 습관이 핵심이라는 게 저자의 논지다. 1억을 모아본 사람은 그다음 1억을 훨씬 빠르게 모은다는 거고, 이건 단순히 돈이 불어나는 속도 얘기가 아니라 그 사람의 절제력과 자산 관리 능력 자체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숫자에 매몰되기 쉬운 재테크 책에서 “얼마를 모았느냐”보다 “어떤 사람이 됐느냐”를 강조하는 부분이라 좋았다.
개인적으로 제일 뜨끔했던 챕터다. 저자는 세금이나 공금처럼 내 돈이 아닌 돈을 함부로 쓰는 사람은 자신의 돈도 똑같이 함부로 대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회삿돈이라고 아낌없이 쓰거나, 공공자산을 우습게 여기는 태도가 결국 본인 지갑에서도 똑같이 반복된다는 거다.
이 챕터를 읽고 나서 회사 비품이나 출장비 같은 걸 처리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사소해 보이지만, “남의 돈을 대하는 태도가 곧 나라는 사람의 본질”이라는 말은 돈 문제를 넘어 일관성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혔다.
철학적인 챕터만 있는 건 아니다. “좋은 부채, 나쁜 부채”는 빚을 무조건 나쁘게 보지 않고 자산을 만드는 부채와 소비를 위한 부채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은행에서 흥정을 한다고요?”는 금융기관이 제시하는 선택지가 절대 최종 선택지가 아니라는, 협상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담고 있다. “감독(자산배분)이 중요한가? 선수(포지션)가 중요한가?”는 종목 선정보다 자산배분 전략이 장기 수익률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다른 투자서에서도 흔히 강조되는 메시지를 저자 특유의 화법으로 풀어낸다.
특히 “경제적 독립기념일”이라는 개념이 재밌었다. 본인이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진 날을 가족 행사로 만들어 매년 축하하자는 건데, 단순히 돈을 모으는 행위를 넘어서 그걸 삶의 의미 있는 이정표로 만들라는 제안이다. 숫자 목표만 좇다가 지치기 쉬운 재테크 여정에 이런 의식(ritual)을 더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점은 5점 만점에 4점.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으로 설득하는 책이 아니라, 저자의 인생 경험과 철학으로 설득하는 책이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돈은 인격체다” 같은 문장이 누군가에겐 와닿는 통찰이고, 누군가에겐 다소 비유적이고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푼돈을 대하는 태도, 회삿돈을 대하는 태도, 종잣돈을 모으는 과정 자체를 다시 점검하게 됐다. 화려한 투자 기법보다 그 기법을 쓸 사람의 태도와 습관을 먼저 다잡아야 한다는 거, 당연한 말 같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제일 어려운 부분이라 오래 곱씹게 되는 책이었다.
이 글은 개인적인 독서 후기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본인 책임 하에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해랑에셋입니다. 10년 장기 투자 프로젝트의 마흔 번째 날이자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8월 10일…
아파트를 팔 때 양도소득세 계산에서 가장 많이 헷갈리는 항목이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입니다. 공제율이 최대 80%까지 올라가는데, 어떤…
배우자가 출산했다. 회사에 알렸고, 출산휴가도 썼다. 그러면 끝인 줄 알았다. 아니다. 그 휴가 기간에 해당하는…
💡 오늘의 명언 "바닥에서 사려고 애쓰지 마라. 그것은 바보들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대신 가치보다…
26년 직장 생활 중 중소기업에서 일한 기간이 있었다. 당시 누군가 이 제도를 알려줬다면 5년간 매년…
《부의 추월차선》에서 엠제이 드마코는 묻는다. “당신은 서행차선에서 40년을 보낼 것인가?” 팀 페리스는 2007년에 같은 질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