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 블로그에서 리뷰한 책들은 대부분 20세기 이후, 길어야 백 년 안쪽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런데 이번 책은 차원이 다르다. 무려 6천 년 전 고대 바빌론을 배경으로 한 우화집이다. “그렇게 오래된 이야기가 지금도 먹힐까” 싶었는데, 다 읽고 나니 왜 이 책이 미국 금융 보험업계의 교과서처럼 읽히고, 찰리 멍거가 직접 추천할 정도로 오랫동안 살아남았는지 이해가 됐다.
저자 조지 S. 클래슨은 1874년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태어나 미국-스페인 전쟁에 참전했고, 이후 출판업에 뛰어들어 미국 최초로 도로지도를 만든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그가 1920년대에 쓴 이 책은 은행과 보험사들이 고객에게 나눠주는 금융 교육 자료로 처음 쓰이기 시작했다는데, 그래서인지 어려운 금융 용어 하나 없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우화 형식으로 쓰여 있다.
배경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했던 고대 도시 바빌론이다. 가난한 서기로 시작해서 바빌론 최고의 부자가 된 ‘아카드’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가 깨달은 부의 원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수하는 이야기 구조로 진행된다.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1920년대 미국 밀리언셀러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읽히는 고전이다.
책의 핵심 줄거리는 이렇다. 아카드는 어릴 적 친구인 전차 제작자와 함께 가난한 형편에서 시작했다. 친구는 평생 열심히 일했지만 늘 가난했고, 아카드는 어느 순간 부의 비밀을 깨우쳐서 바빌론 최고의 부자가 됐다. 그 비밀이 뭐냐는 친구의 물음에 아카드는 이렇게 답한다. 자신이 번 돈을 전부 써버린 게 아니라, 일정 부분을 따로 떼어 모으고 그 모은 돈을 다시 일하게 만들었다는 거다.
이 단순한 깨달음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는 얼마나 버느냐가 아니라, 번 돈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는 거다. 6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진리라는 게 이 책이 여전히 읽히는 이유인 것 같다.
아카드는 바빌론 시민 100명을 배움의 전당에 모아놓고 일주일 동안 하루에 하나씩 자신의 비결을 전수한다. 이게 책에서 가장 유명한 ‘7가지 지혜’다.
지금 읽어도 전혀 낡지 않은 원칙들이다. 오히려 수많은 현대 재테크 책들이 결국 이 7가지를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아카드가 아들 노마시르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장면이다. 아카드는 아들에게 그냥 돈을 물려주지 않는다. 대신 두 가지를 준다. 황금이 든 주머니 하나, 그리고 ‘황금의 5가지 법칙’이 새겨진 토판 하나. 그러면서 아들에게 말한다. 세상에 나가 스스로 돈을 벌고 존경받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라고.
이 장면이 와닿았던 이유는,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재산을 다루는 지혜를 물려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다. 앞서 리뷰했던 《돈의 속성》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는데, 두 책 모두 “돈 자체보다 돈을 대하는 능력이 핵심”이라는 결론에 이른다는 게 흥미로웠다.
황금의 5가지 법칙은 이렇다.
3번과 4번, 5번 법칙을 읽으면서 요즘 시대의 투자 사기나 묻지마 투자 피해 사례들이 떠올랐다. 잘 모르는 분야에 누군가의 감언이설만 믿고 들어갔다가 돈을 잃는 패턴은, 6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새삼 씁쓸하면서도 묘하게 위안이 됐다. 적어도 그 함정이 무엇인지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는 뜻이니까.
책 속에서 아카드가 한 말 중에 가장 오래 곱씹게 된 구절이 있다. 부유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버는 돈보다 적게 쓰는 습관”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거다.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이 단순한 습관 하나를 평생 지키는 사람이 생각보다 드물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아카드의 어릴 적 친구가 평생 열심히 일하고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던 이유도 결국 이 한 가지를 못 지켰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 책을 읽을 때 감안해야 할 부분도 있다. 우화 형식이다 보니 구체적인 투자 기법이나 현대 금융 상품에 대한 실전 조언은 당연히 없다. “돈을 굴려라”는 원칙은 알려주지만, 그게 인덱스 펀드인지 부동산인지 채권인지는 당연히 이 책의 영역이 아니다. 그리고 고대 배경의 우화체 문장이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다소 더디게 읽힐 수도 있다. 이 책은 구체적 전략서라기보다, 돈을 대하는 태도의 뿌리를 다지는 책으로 읽는 게 맞다.
별점은 5점 만점에 4.5점. 6천 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부에 대한 본질적인 원칙들이 놀라울 정도로 그대로 통한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수입의 10%는 저축하라”, “돈에게 일을 시켜라”, “모르는 사업에 투자하지 마라” 같은 원칙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만큼 시간이 증명한 원칙들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건, 결국 재테크의 첫 단추는 복잡한 전략이 아니라 이 단순한 습관들에서 시작된다는 거다. 화려한 투자 기법을 다루는 책들을 읽기 전에, 한 번쯤은 이 책으로 기본부터 다시 점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글은 개인적인 독서 후기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본인 책임 하에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해랑에셋입니다. 10년 장기 투자 프로젝트의 마흔 번째 날이자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8월 10일…
아파트를 팔 때 양도소득세 계산에서 가장 많이 헷갈리는 항목이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입니다. 공제율이 최대 80%까지 올라가는데, 어떤…
배우자가 출산했다. 회사에 알렸고, 출산휴가도 썼다. 그러면 끝인 줄 알았다. 아니다. 그 휴가 기간에 해당하는…
💡 오늘의 명언 "바닥에서 사려고 애쓰지 마라. 그것은 바보들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대신 가치보다…
26년 직장 생활 중 중소기업에서 일한 기간이 있었다. 당시 누군가 이 제도를 알려줬다면 5년간 매년…
《부의 추월차선》에서 엠제이 드마코는 묻는다. “당신은 서행차선에서 40년을 보낼 것인가?” 팀 페리스는 2007년에 같은 질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