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에서 다뤘던 투자서들은 결국 한 방향으로 수렴했다.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꾸준히 적립하고 버티라는 거였다. 인덱스 펀드를 만든 존 보글도, 가치투자를 설파한 책들도 전부 비슷한 결론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조언 전체를 정면으로 들이받는다. 저자는 그런 길을 ‘서행차선’이라 부르며, 그 길로는 절대 젊어서 부자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월급을 받아 절약하고, 주식과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65세까지 기다리는 삶을 “현대판 노예”라고 부르는 책이라, 이 블로그의 다른 리뷰들과 나란히 놓고 읽으면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저자 엠제이 드마코는 차량 예약 서비스 ‘Limos.com’의 설립자다. 청소 일을 하며 어머니를 부양하던 시절도 있었고, 허황된 꿈을 좇는다는 손가락질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다 본인이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추월차선 법칙’을 실행에 옮겨, 31세에 첫 백만 달러를 벌고 37세에 은퇴했다. 2011년 출간된 원서는 미국 아마존 금융·사업 분야 1위에 올랐고, 국내에서도 10년 넘게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킨 책이다.
책은 인생을 세 가지 재무 지도로 나눈다. 인도(人道)는 계획 없이 소비하며 가난을 향하는 길, 서행차선은 절약하고 적립식 투자를 하며 은퇴를 기다리는 평범한 삶의 길, 추월차선은 사업 시스템을 구축해서 짧은 시간에 부를 이루는 길이다. 저자는 추월차선만이 젊어서 부자가 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의 핵심 도발은 서행차선, 즉 우리가 흔히 ‘정석’이라고 믿는 재테크 방식을 정면으로 공격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월급의 일부를 떼어 펀드나 적금에 꾸준히 넣고 복리를 기다리는 방식이, 사실은 “자유를 사기 위해 자유를 팔고 있는” 삶이라고 표현한다. 40년 동안 일하고 절약해서 65세에 부자가 된다 한들, 그 무렵엔 부를 즐길 체력과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는 게 저자의 논리다.
이 대목에서 이 블로그에서 다뤘던 인덱스 투자서들이 떠올랐다. 존 보글이 평생 강조한 메시지가 바로 이 ‘서행차선’에 가까운데, 드마코는 그 길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두 시각 모두 나름의 근거가 있다는 걸 알기에,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드마코의 비판이 통계적 근거보다는 개인의 경험과 확신에 기반해 있다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추월차선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저자는 직장처럼 본인이 직접 시간을 갈아 넣는 사업이 아니라, 본인이 없어도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대 시스템, 컴퓨터·소프트웨어 시스템, 콘텐츠 시스템, 유통 시스템, 인적 자원 시스템이라는 다섯 가지 사업 씨앗을 제시하는데, 공통점은 한 번 구축해두면 저자가 일하지 않아도 계속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라는 거다.
이 부분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영향력의 법칙’이었다. 수백만 달러를 벌려면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거다. 작은 동네 가게처럼 한정된 사람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추월차선에 오를 수 없다는 거다. 사업의 규모와 도달 범위 자체가 부의 한계를 결정한다는 이 관점이, 단순히 ‘열심히 일하라’는 흔한 자기계발 메시지와는 결이 다르게 느껴졌다.
책에서 의외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정의하는 ‘진짜 부’였다. 저자는 본인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람보르기니를 처음 뽑았던 날도, 대저택으로 이사한 날도 아니었다고 말한다. 대신 부의 진짜 요소를 가족(Family), 신체(Fitness), 자유(Freedom)라는 3F로 정의한다.
화려한 사업 성공담으로 가득한 책에서, 정작 결론은 돈 그 자체가 아니라 시간과 관계, 건강이라는 메시지로 수렴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추월차선이라는 자극적인 표현 뒤에 숨어 있는 진짜 메시지는, 결국 ‘돈을 빨리 버는 것’보다 ‘돈에서 자유로워지는 시점을 앞당기는 것’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가장 오래 곱씹게 된 구절은 통제권에 관한 부분이었다. 저자는 근무 시간, 투자 수익률, 연봉 인상률처럼 서행차선에서 의지하는 변수들은 대부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반면 추월차선의 변수들은 통제 가능하고 제한이 없다는 거다. 부자가 되는 속도보다, 애초에 내가 결과를 통제할 수 있는 게임을 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라는 이 관점이, 단순한 동기부여를 넘어선 실용적인 통찰로 다가왔다.
다만 이 책은 분명히 균형 있게 봐야 할 한계가 많다. 저자 스스로도 일부 비즈니스 성공 사례에 과도하게 낙관적인 시각을 보이며, 추월차선이라는 길에 따르는 실패 확률이나 현실적인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다뤄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직장인의 삶 전체를 ‘노예’로 규정하는 일괄적인 비판도 다소 편향됐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이 책이 강조하는 ‘복리를 활용하려면 목돈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는, 이 블로그에서 다뤘던 적립식 인덱스 투자서들의 메시지와 정확히 반대 방향이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결국 개인의 상황과 위험 감수 능력에 따라 달라질 문제이지, 이 책의 주장처럼 한쪽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사업으로 빠르게 부를 일군 사람의 생존 편향이 책 전체에 짙게 깔려 있다는 점도 감안하고 읽는 게 좋겠다.
별점은 5점 만점에 3점. 도발적인 주장과 자극적인 비유로 가득한 책이라, 읽는 내내 동의와 반박을 오가게 된다. 다만 ‘진짜 부는 3F’라는 결론이나 ‘통제 가능한 변수에 집중하라’는 메시지처럼, 자극적인 표현 너머에 곱씹을 만한 통찰도 분명히 있었다.
이 책을 인덱스 투자서들과 나란히 놓고 읽으면, 결국 부에 이르는 길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서행차선이 맞는 사람도 있고, 추월차선이 맞는 사람도 있다. 다만 이 책이 주장하는 것처럼 한쪽 길만이 유일한 정답이라는 단정은, 경계하며 읽는 게 좋을 것 같다.
이 글은 개인적인 독서 후기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본인 책임 하에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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