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환율의 대전환》 리뷰 — 비트코인 신봉자가 외면한 ‘진짜’ 안전자산 3종

이 블로그에서 비트코인 관련 책들을 리뷰하면서 빠짐없이 등장했던 게 달러체제 얘기였다. 사이페딘 아모스도, 오태민도 결국 같은 질문으로 수렴했다. “기존 화폐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흔들리는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자산을 지킬 것인지, 가장 현실적인 답을 들고 온 책은 따로 있었다. 신한금융그룹 거시경제 전문가 오건영의 《환율의 대전환》이다.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대안 대신, 이 책은 달러·엔·금이라는 가장 오래되고 검증된 세 가지 자산으로 답을 찾는다. 같은 불안을 다른 해법으로 풀어내는 책이라, 비교하면서 읽으면 더 흥미로웠다.

어떤 사람이고, 어떤 책이냐

저자 오건영은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미국 에모리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까지 갖춘 거시경제 전문가다. 현재 신한금융그룹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으로 재직하며, 페이스북과 네이버 카페를 통해 10만 명이 넘는 팔로워들에게 꾸준히 글로벌 금융시장 분석을 제공해왔다. tvN 〈유퀴즈〉, CBS 〈세바시〉 출연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 《부의 대이동》, 《부의 시나리오》, 《위기의 역사》 등 전작들이 모두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인물이다.

2025년 2월 출간된 이 책은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고, 일본이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하고,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던 시기의 혼란을 정면으로 다룬다. 책은 달러, 엔, 금이라는 세 파트로 깔끔하게 나뉘어 있고, 마지막에는 ‘오건영의 시크릿 경제 클래스’라는 특별부록도 수록돼 있다.

달러는 왜 미국 금리 인하에도 강세를 유지하는가

책의 첫 번째 파트는 달러를 다룬다.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미국이 금리를 내리는데도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지 않는 현상을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교과서적으로는 금리가 낮아지면 그 통화의 매력이 떨어져서 약세로 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거다. 저자는 미국 경제의 상대적 우위, 안전자산 선호 심리, 다른 주요국들의 더 가파른 금리 인하 등 복합적인 요인이 함께 작동하면서 달러 강세가 유지될 수 있다고 짚는다.

이 부분은 이 블로그에서 다뤘던 사이페딘 아모스의 책들과 묘하게 대비됐다. 아모스는 달러체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강조했는데, 이 책은 그 취약성을 인정하면서도 단기·중기적으로는 여전히 달러가 압도적인 안전자산 지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를 짚는다. 거시경제 이론과 시장의 실제 움직임 사이의 간극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수까지 얹어서 설명하는 구성이 단순한 이론서보다 훨씬 실전에 가까웠다.

엔화, 디플레이션 30년을 끝낸 통화

두 번째 파트는 엔화다. 일본이 거의 30년간 이어온 디플레이션과 제로금리 시대를 끝내고 금리 인상으로 돌아선 배경을 다루는데, 이 대목에서 엔캐리트레이드라는 개념이 핵심으로 등장한다.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서 금리가 높은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가, 일본의 금리 정상화로 인해 어떻게 청산되기 시작했는지를 짚는다.

개인적으로 이 파트가 책에서 가장 실전적으로 느껴졌다. 단순히 “엔화가 오를까 내릴까”가 아니라, 엔캐리트레이드라는 거대한 자금 흐름이 청산될 때 글로벌 자산시장 전반에 어떤 파급 효과가 생기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환율이라는 게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자금이 어디서 빌려서 어디에 투자되는지를 보여주는 지도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

금, 11개의 질문으로 풀어낸 투자 논리

세 번째 파트인 금 섹션은 11개의 핵심 질문을 던지고 그에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금값이 왜 계속 최고치를 경신하는지, 각국 중앙은행들이 왜 금 보유를 늘리는지, 개인 투자자는 금을 어떻게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하는지를 차례로 짚는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오태민의 《트럼프 시대의 지정학과 비트코인》에서 다뤘던 내용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 책에서는 비트코인이 새로운 형태의 전략자산으로 부상하는 배경을 다뤘는데, 이 책에서는 금이 여전히 각국 중앙은행들의 전통적인 전략자산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결국 두 책 모두 같은 현상, 즉 기존 화폐 질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을 다루지만, 한쪽은 새로운 디지털 자산에서, 다른 한쪽은 가장 오래된 실물 자산에서 답을 찾는다는 차이가 흥미로웠다.

가장 인상 깊었던 통찰

책에서 가장 실용적으로 다가온 메시지는 “투자 트렌드가 자산의 분산에서 통화의 분산으로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주식과 부동산처럼 자산군을 나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자산이 어떤 통화로 표시돼 있는지까지 분산해야 한다는 거다. 외화 예금, 달러 보험, 금 ETF처럼 구체적인 수단까지 짚어주는 부분이, 이론에 머물지 않고 실행으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인상을 줬다.

비판적으로 봐야 할 지점들

다만 이 책도 균형 있게 짚을 부분이 있다. 독자 후기들을 살펴보면, 달러와 엔화 파트는 깊이 있는 분석으로 호평받는 반면, 상대적으로 금 파트는 앞선 두 파트만큼의 밀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종종 보인다. 금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책을 따로 찾아보길 권하는 독자평도 있었다.

또한 이 책은 입문서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거시경제 기초 지식이 있는 독자를 전제로 한 책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금리, 환율, 통화정책 같은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완전 초보자라면 첫 진입이 다소 버거울 수 있다. 그리고 거시경제 전망을 다루는 책 특성상,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나 각국 중앙은행의 결정에 따라 책에서 제시한 시나리오들이 계속 업데이트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누구한테 추천하나

  • 달러, 엔, 금이라는 전통적인 안전자산을 포트폴리오에 어떻게 담을지 구체적인 가이드를 원하는 사람한테 추천한다.
  • 이 블로그에서 다뤘던 비트코인 관련 책들을 먼저 읽었다면, 같은 거시경제적 불안을 완전히 다른 자산으로 풀어내는 이 책을 비교하며 읽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다.
  • 다만 거시경제 기초 개념이 아예 없는 입문자한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기본적인 환율·금리 개념을 먼저 익히고 읽는 걸 추천한다.

총평

별점은 5점 만점에 4점. 화려한 전망이나 자극적인 주장 대신, 과거 데이터와 뉴스 흐름을 차근차근 짚어가며 현재 상황을 이해시키는 방식이 신뢰감을 줬다. 특히 달러와 엔화 파트는 단순한 환율 예측을 넘어, 글로벌 자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비트코인 관련 책들이 새로운 화폐 패러다임을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그 불확실성 속에서 가장 검증된 자산들로 어떻게 버틸 것인지를 다룬다. 둘 중 어느 쪽이 맞다 틀리다를 떠나서, 같은 시대의 불안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함께 읽으면 시야가 한층 넓어질 것 같다.


이 글은 개인적인 독서 후기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본인 책임 하에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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