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심리학》을 리뷰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화려한 공식 없이도 짧은 이야기만으로 돈에 대한 시각을 바꿔놓는 힘이었다. 3년 만에 나온 후속작은 그 힘을 한 단계 더 키웠다. 이번엔 돈을 넘어,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무엇이 변할지 예측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대신 1000년 전에도 1000년 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들에 집중하자고 제안한다. 변화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는 순간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게,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역설이다.
저자 모건 하우절은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출신으로, 현재 경제 매거진이자 팟캐스트 ‘모틀리풀’의 칼럼니스트이자 벤처캐피털사 콜라보레이티브 펀드의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비즈니스 편집자 및 작가 협회 최우수 비즈니스상과 뉴욕타임스 시드니상을 두 차례 수상한 이력이 있다. 《돈의 심리학》이 전 세계 3,000만 부 넘게 팔리며 현대 투자서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뒤, 그가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 바로 이 책이다. 원제는 《Same As Ever: A Guide to What Never Changes》, 국내 출간 즉시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책은 절대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23가지 이야기로 구성된다. 워런 버핏의 스니커즈 일화, 빌 게이츠의 숨겨진 불안, 게임스탑 사태의 이면, 마술사 후디니의 죽음까지, 저자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이론 대신 실화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작이 돈과 투자에 집중했다면, 이 책은 인간 본성과 세상의 이치까지 다루는 영역으로 한 발 더 넓어졌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흥미로웠다. 그는 십여 년 전 예측 자료를 덜 읽고 역사를 더 많이 공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그 결정이 인생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역설적이게도 역사를 알면 알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었다는 거다. 불확실한 앞날을 예측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대신 결코 변하지 않는 것들에 집중하니 오히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거다.
이 메시지가 신선했던 건, 보통 투자나 경제를 다루는 책들이 ‘앞으로 무엇이 바뀔 것인가’를 예측하는 데 골몰하는 것과 정반대 방향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의 머리가 1920년이나 2000년이나 지금이나 본질적으로 똑같다고 짚는다. 기술과 환경은 끊임없이 바뀌어도, 그 변화에 반응하는 인간의 탐욕과 두려움, 질투 같은 감정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다.
책에서 가장 실용적으로 다가온 통찰이 리스크에 대한 챕터였다. 저자는 우리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생각보다 꽤 괜찮다고 말한다. 다만 진짜 위험한 건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지는 사건이라는 거다. 가장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은 언제나 그 누구도 대비하지 않았던 지점에서 발생한다는 통찰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투자에서 흔히 말하는 ‘꼬리 위험’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자주 일어날 법한 위험에는 충분히 대비하지만, 정작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종류의 위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라는 거다. 결국 모든 시나리오를 정확히 맞히려 하기보다, 예상치 못한 충격에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여유를 갖추는 게 더 현실적인 대비책이라는 메시지로 읽혔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챕터가 스토리텔링의 힘을 다루는 부분이었다. 저자는 완벽한 세상이라면 정보의 중요성이 전달자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좌우되지 않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쉽게 지루함을 느끼고 복잡한 정보를 스토리처럼 이해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어떤 영역에서든 뛰어난 스토리가 결국 승리한다는 거다.
이 대목에서 저자가 든 사례가 흥미로웠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완전히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서 성공한 게 아니라, 이미 알려진 정보들을 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했기 때문에 그렇게 널리 읽혔다는 거다.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이 통찰이, 투자 정보든 인생의 교훈이든 결국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으려면 숫자보다 이야기의 형태를 갖춰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했다.
책에서 가장 오래 곱씹게 된 메시지는 ‘합리적 낙관론’이었다. 저자는 비관주의와 낙관론 그 중간 어딘가에 가장 바람직한 태도가 있다고 본다. 합리적 낙관론자는 인간의 현실이 언제나 문제와 절망, 실패의 연속이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그런 장애물들이 결국 발전을 막을 수는 없다고 믿는다는 거다. 비관도 맹목적 낙관도 아닌, 역사가 증명해온 회복력에 대한 신뢰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였다.
다만 이 책은 전작 《돈의 심리학》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투자 기법이나 실전 전략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23개의 짧은 에피소드 형식이다 보니, 하나의 일관된 이론 체계를 기대하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일부 독자들은 전작과 비슷한 톤과 스타일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신선함이 다소 줄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스토리텔링 중심의 서술 방식이 강점이자 동시에 한계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일화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은 분명하지만, 그 일화가 정말 보편적인 ‘불변의 법칙’을 증명하는 것인지, 아니면 저자가 의도에 맞게 선별한 사례인지는 독자가 비판적으로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
별점은 5점 만점에 4.5점. 화려한 예측이나 이론 대신, 23개의 짧은 이야기로 인간 본성의 변하지 않는 부분을 짚어내는 솜씨가 여전히 탁월했다. 워런 버핏의 스니커즈부터 후디니의 죽음까지, 전혀 다른 시대와 분야의 일화들이 결국 같은 메시지로 수렴하는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돈의 심리학》이 돈에 대한 심리적 편향을 다뤘다면, 이 책은 그 시야를 인간 전체로 확장한다. 변화에 집착하던 시선을 잠시 거두고, 변하지 않는 것들에 눈을 돌려보면 오히려 미래가 덜 불안해진다는 이 책의 역설은, 투자뿐 아니라 삶 전반에 적용해볼 만한 통찰이었다.
이 글은 개인적인 독서 후기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본인 책임 하에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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