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책은 진짜 많이 읽어봤는데, 솔직히 대부분 거기서 거기다. “지출 줄여라”, “복리의 마법”, “장기투자가 답이다”… 알겠는데,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애매한 책들이 많았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책이 닉 매기울리(Nick Maggiulli)의 《Just Keep Buying: Proven Ways to Save Money and Build Your Wealth》. 데이터 과학자 출신 저자가 쓴 책이라 그런지, 감으로 떼우는 조언이 아니라 진짜 숫자로 설득하는 책이라 끝까지 재밌게 읽었다.
저자는 데이터 과학자고, “Of Dollars And Data”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모건 하우절(《돈의 심리학》 저자)이 극찬한 책이기도 해서 더 기대하고 읽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책 도입부가 좀 인상적인데, 저자 할아버지 얘기로 시작한다. 평생 매달 2,200달러씩 받으면서도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신 분 이야기다. 버는 것과 부를 쌓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책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을 던진다. “왜 어떤 사람은 부를 쌓고, 어떤 사람은 쌓은 부를 그대로 흘려보내는가.”
책 구성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이 책에서 제일 위안이 됐던 부분. 우리가 흔히 듣는 조언은 “커피값 아껴라”, “외식 줄여라” 이런 건데,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지출 줄이기는 한계가 있다고. 절약보다는 소득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소득 수준에 맞춰 저축률을 유연하게 가져가라는 게 핵심 주장이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지출은 0원 밑으로 줄일 수 없지만, 소득은 이론상 한계가 없다. 매달 커피값 아껴서 만들 수 있는 돈보다, 부업이나 이직, 스킬업으로 버는 돈의 임팩트가 훨씬 크다. 물론 둘 다 하면 좋겠지만, 우선순위를 어디 둬야 하는지에 대한 시각 자체를 바꿔주는 챕터였다.
“매달 수입의 20%는 저축해야 한다” 같은 조언,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근데 저자는 이게 틀렸다고 한다. 소득이 적을 때는 적게, 많을 때는 많이 저축하는 게 맞지, 고정된 비율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이것도 곱씹어보면 당연한 얘기인데 막상 실천은 안 하고 있었다. 신입 때 20% 저축한다고 너무 빡빡하게 살다가 번아웃 오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연봉 오른 뒤에도 예전 비율 그대로 저축하다가 기회비용 날리는 사람도 있다. 저자는 결국 본인이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만큼 저축하라는 유연한 접근을 강조한다.
이 책 제목이자 핵심 메시지. “Buy the dip”(저점 매수) 전략, 다들 한 번쯤 시도해보지 않았나. 근데 저자가 데이터로 직접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저점 매수를 노리는 것보다 그냥 정기적으로 분할 매수(달러 코스트 애버리징)하는 쪽이 대부분의 경우 더 낫다는 결론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는 절대 진짜 저점이 언제인지 알 수 없다. “더 떨어질 것 같아서” 현금 들고 기다리다가 시장이 계속 오르면 결국 더 비싸게 사거나 아예 못 사는 경우가 훨씬 많다. 시장에 머무는 시간이 타이밍을 맞추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거,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데이터로 보여주니까 훨씬 와닿았다.
후반부는 좀 더 실용적이다. 401(k) 같은 퇴직연금을 풀로 채워야 하는지, 언제 집을 사는 게 맞는지 같은, 다들 한 번쯤 고민해봤을 질문들을 다룬다. 저자 특유의 “단기적인 수익률 하나만 보지 말고 여러 요소를 같이 고려하라”는 균형 잡힌 시각이 이 부분에서도 이어진다. 정답을 떠먹여주는 책은 아니고, 판단 기준을 세워주는 느낌이다.
별점을 매기자면 5점 만점에 4점 정도. 화려한 이론보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이라서 좋았다. 특히 “저축률 정해놓지 말고 유연하게”, “소득부터 늘려라” 이 두 가지는 그동안 갖고 있던 재테크 강박을 좀 내려놓게 해준 챕터였다.
투자 좀 해본 사람이라면 새로운 인사이트가 많지는 않을 수 있지만, 흩어져 있던 생각들을 데이터로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책이라 한 번쯤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개인적인 독서 후기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본인 책임 하에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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