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주가연계증권)는 “주가가 일정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면 약속한 수익을 주는 상품”이다. 문제는 그 범위를 벗어났을 때다. 특히 ‘낙인(Knock-In)’ 구간에 진입하는 순간, 안전해 보였던 상품이 원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낙인이 정확히 무엇이고, 발생하면 손실이 어떻게 계산되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정리해본다.
낙인(Knock-In)이란 — 핵심 개념
낙인이란 기초자산(주가지수 등)이 운용 기간 중 미리 정해둔 배리어(barrier, 장벽) 이하로 단 하루라도 하락하면 활성화되는 조건이다.
낙인이 발생하지 않으면, 만기 시점에 기초자산이 만기 배리어 이상일 때 원금과 약정 쿠폰 전액을 받는다. 심지어 만기 지수가 만기 배리어에 미달하더라도, 운용 기간 내내 낙인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면 원금과 쿠폰 전액이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상품 구조에 따라 다를 수 있어 투자설명서 확인이 필요하다).
핵심은 이거다. 낙인은 한 번 발생하면 되돌릴 수 없다. 낙인 발생 후 만기에 기초자산이 만기 배리어 이상으로 회복하면 원금은 보전되지만(쿠폰 없음), 만기 배리어에도 못 미치면 만기 시점 기초자산의 하락률 그대로 손실이 확정된다. 중간에 아무리 회복해도 만기 지수가 기준선 아래라면 손실을 피할 수 없다.
배리어의 두 종류 —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ELS에는 이름이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역할을 하는 배리어가 두 가지 있다. 이 둘을 혼동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낙인 배리어(Knock-In Barrier). 운용 기간 전체(통상 3년) 동안 판단하며, 가입 시점 기준가 대비 보통 40~55% 수준에서 설정된다. 운용 기간 중 단 하루라도 종가가 이 선 아래로 내려오면 낙인이 확정된다.
만기 상환 배리어. 만기일 단 하루를 기준으로 판단하며, 가입 시점 기준가 대비 보통 65~80% 수준에서 설정된다. 낙인이 발생했더라도 만기 시점에 이 선 이상이면 원금이 보전되고, 이 선 미만이면 손실이 확정된다.
예를 들어 기준가 100포인트, 낙인 배리어 50%, 만기 배리어 65%인 상품이라면 다음 네 가지 경우의 수가 생긴다.
- 만기 지수 65 이상 + 낙인 없음 → 원금 + 쿠폰 전액 지급
- 만기 지수 65 미만 + 낙인 없음 → (상품에 따라) 원금 + 쿠폰 전액 지급되는 경우가 많음
- 만기 지수 65 이상 + 낙인 발생 → 원금 보전(쿠폰 없음)
- 만기 지수 65 미만 + 낙인 발생 → 하락률 그대로 손실 확정
차수별 지급 구조 예시
3년 만기, 연 8%(6개월마다 4%) 상품을 예로 들어본다. 조기 상환되면 그 시점까지의 누적 쿠폰을 한 번에 받는다.
| 차수 | 시점 | 조기상환 기준 | 지급 쿠폰 |
|---|---|---|---|
| 1차 | 6개월 | 기초자산 90% 이상 | 원금 + 4% |
| 2차 | 12개월 | 기초자산 85% 이상 | 원금 + 8% |
| 3차 | 18개월 | 기초자산 80% 이상 | 원금 + 12% |
| 4차 | 24개월 | 기초자산 75% 이상 | 원금 + 16% |
| 5차 | 30개월 | 기초자산 70% 이상 | 원금 + 20% |
| 만기(낙인 없음) | 36개월 | 기초자산 65% 이상(만기 배리어) | 원금 + 24% |
| 만기(낙인 발생) | 36개월 | 기초자산 65% 이상 | 원금만 반환(쿠폰 없음) |
| 만기(낙인+손실) | 36개월 | 기초자산 65% 미만 | 하락분만큼 원금 손실 |
조기 상환될수록 받는 총 쿠폰은 적지만 돈이 일찍 돌아온다는 트레이드오프가 있다. 위 수치는 대표적인 예시이며, 실제 상품마다 상환 기준·쿠폰율·배리어가 다르므로 반드시 투자설명서를 확인해야 한다.
손실은 어떻게 계산되나
낙인이 발생하고 만기 시점에도 기초자산이 만기 배리어를 회복하지 못하면, 손실은 다음 공식으로 계산된다.
만기 손실률 = 1 − (만기 기초자산 가격 ÷ 최초 기준 가격)
예를 들어 최초 기준 100포인트에서 만기 60포인트가 됐다면, 손실률은 1 − (60÷100) = 40%다. 투자 원금 1,000만 원이라면 400만 원 손실로 실수령액은 600만 원이 된다. 일부 상품은 손실에 참여율(Participation Rate)을 추가로 적용하기도 하므로, 가입 전 설명서에서 정확한 계산 방식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실전 손실 시나리오 4가지
투자 원금 1,000만 원, 기초자산 최초 기준가 100, 낙인 배리어 50(50%), 만기 배리어 65(65%), 연 8%(6개월 4%) 상품을 기준으로 직접 계산해봤다.
시나리오 1 — 4차 조기 상환. 운용 중 최저가 70(낙인 배리어 미터치), 24개월 종가 78(75 이상이라 4차 조건 충족). 쿠폰 4%×4회=16% 지급, 실수령 1,160만 원.
시나리오 2 — 낙인 발생 후 만기 회복. 운용 중 최저가 48(낙인 배리어 50 터치 → 낙인 발생), 만기 종가 72(만기 배리어 65 이상 → 충족). 원금은 보전되지만 쿠폰은 없어 실수령 1,000만 원. 3년간 자금이 묶이고 이자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손해지만, 원금 손실 자체는 발생하지 않는다.
시나리오 3 — 낙인 발생 + 만기 배리어 하회. 운용 중 최저가 45(낙인 발생), 만기 종가 58(만기 배리어 65 미만 → 손실 확정). 손실률 42%(100→58), 실수령 580만 원(−420만 원).
시나리오 4 — 낙인 발생 + 만기 급락. 운용 중 최저가 30, 만기 종가 35(만기 배리어 대폭 미달). 손실률 65%(100→35), 실수령 350만 원(−650만 원).
진짜 위험한 건 시나리오 3·4처럼 만기 배리어마저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다. 시나리오 2처럼 낙인이 발생해도 만기에 배리어 이상으로 회복하면 원금은 지킬 수 있다는 점이 KI형 ELS의 표준 구조이지만, 상품마다 조건이 다를 수 있어 사전 확인이 필수다.
실제 사례 — 홍콩 H지수 ELS 사태
2021년 전후 대량 판매된 홍콩 H지수(HSCEI) 연계 ELS는 2024년 대규모 손실 사태로 이어졌다. 낙인이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021년 2월 약 1만 2,000선에서 정점을 찍었던 홍콩 H지수는 중국 경기 둔화, 부동산 시장 위축, 미중 갈등 등이 겹치며 하락세로 전환해 2024년 1월에는 5,400선까지 떨어졌다. 3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판매잔액 규모는 시점에 따라 16조~19조 원대로 집계됐는데, 2023년 11월 기준으로는 약 19조 3,000억 원, 2024년 초 기준으로는 약 16조 3,000억 원 수준이었다. 2024년 1월 8일부터 12일까지 단 5일 사이에 5대 은행에서 확정된 손실만 1,067억 원에 달했고, 이 기간 투자 원금 2,105억 원 중 실제 상환액이 1,038억 원에 그쳐 평균 손실률이 50.7%를 기록했다. 낙인 배리어 50% 구조의 경우 거의 모든 상품에서 낙인이 발동됐고, 만기 시점까지 충분히 회복하지 못해 대규모 원금 손실로 이어졌다.
이 사태는 이후로도 계속 파장을 남겼다. 은행권은 수조 원 규모의 자율배상을 진행했고, 2025년 11월에는 금융감독원이 주요 은행 5곳(KB국민·신한·NH농협·하나·SC제일)에 불완전판매 관련 약 2조 원 규모의 과징금을 통보했다. 이는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이후 은행권에 부과되는 첫 조 단위 과징금으로, 그만큼 이 사태가 금융권에 남긴 파장이 컸다는 걸 보여준다.
ELS 가입 전 반드시 확인할 것
낙인 배리어가 몇 %인가. 50% 배리어라면 기초자산이 반토막 나야 발동되지만, 60% 배리어 상품은 40%만 하락해도 낙인이 발생한다. 숫자가 클수록 위험하다.
기초자산이 무엇인가. S&P500 같은 분산지수는 단기 급락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단일 종목이나 신흥국 지수는 변동성이 크다. 홍콩 H지수처럼 정치·규제 리스크가 있는 지수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기초자산이 2개 이상인가. 기초자산이 2~3개인 경우 하나만 배리어에 닿아도 전체가 낙인 처리된다. 가장 약한 고리가 전체를 결정하는 구조다.
가입 시점이 고점 근처인가. 기초자산이 역사적 고점 근처에서 가입하면 그만큼 하락 여지가 크다. 최근 1~3년 차트를 확인하는 게 좋다.
만기까지 돈이 묶여도 괜찮은가. 중도 해지 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다. 3년간 쓸 일이 없는 여유 자금으로만 투자해야 한다.
은퇴 자금·생활 자금은 투자하지 않는 게 안전하다. ELS는 원금 손실 가능 상품이다. 잃으면 회복할 시간이 부족한 자금은 넣지 않는 게 좋다.
자주 묻는 질문
낙인이 발생해도 만기에 원금을 받을 수 있나요? 표준적인 KI형 ELS 구조에서는, 낙인이 발생해도 만기 시점에 만기 배리어 이상을 회복하면 원금을 돌려받는다. 다만 쿠폰(이자)은 지급되지 않는다. 반대로 만기 배리어에도 못 미치면 만기 지수의 하락률 그대로 손실이 확정된다.
낙인은 장중 가격 기준인가요, 종가 기준인가요? 상품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ELS는 종가(일 종가) 기준으로 낙인 여부를 판단한다. 장중에 배리어를 터치해도 종가가 배리어 위에 있으면 낙인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투자설명서의 ‘낙인 판단 기준’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낙인 없는 ELS도 있나요? ‘No Knock-In ELS’라고 불리는 상품은 낙인 조건이 없어 기초자산이 아무리 하락해도 만기에 일정 수준 이상이면 원금을 보전한다. 다만 같은 조건 대비 쿠폰(수익률)은 낮은 편이다. 안정성과 수익률 사이의 트레이드오프다.
ELS와 ELB, DLS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ELS(주가연계증권)는 주가지수·개별 주식에 연계된다. ELB(주가연계채권)는 원금 보장형이지만 수익이 낮다. DLS(파생결합증권)는 금·원유·금리 등 다양한 기초자산에 연계된다. 구조는 비슷하지만 기초자산과 원금 보장 여부가 다르다.
마무리
낙인은 ELS 투자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이해해야 할 개념이다. 낙인이 발생했다고 곧바로 손실이 확정되는 건 아니지만, 만기 시점에 만기 배리어를 회복하지 못하면 하락률 그대로 손실을 떠안게 된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운 위험이 아니다. 홍콩 H지수 ELS 사태처럼 기초자산이 단기간에 급락하면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실제 사례가 보여준다. 가입 전에는 배리어 수준, 기초자산의 성격,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자금 규모를 꼼꼼히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이 글은 ELS의 일반적인 구조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됐습니다. 실제 상품마다 약관·조건이 다르므로 투자 전 반드시 투자설명서 전문을 확인하고 금융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