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금리 3.5%짜리 상품에 가입했는데, 왜 통장을 보면 부자가 된 느낌이 안 들지?” 그 답은 은행이 알려주지 않는 숫자, 실질금리에 있습니다. 통장에 찍히는 금리와 내 돈이 실제로 불어나는 속도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명목금리란
은행이나 상품 설명서에 표시되는, 겉으로 드러난 금리 그대로를 말합니다. 예금 금리 3.5%, 대출 금리 4.2% 같이 우리가 흔히 보는 숫자가 전부 명목금리입니다. 물가 변동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말 그대로 이름(名)만 붙은 금리입니다.
물가상승률이란
같은 물건을 사는 데 드는 돈이 시간이 지나면서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흔히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대비 변동률로 발표되며, 참고로 2026년 6월 기준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2%로, 전월(3.1%)보다 오히려 더 높아진 상황입니다. 물가상승률이 높다는 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실질금리란 — 진짜 내 돈이 불어나는 속도
실질금리 = 명목금리 − 물가상승률
이것이 실질금리를 구하는 근사 공식입니다. 예를 들어 예금 금리(명목금리)가 3.5%인데 물가상승률이 3.2%라면, 실질금리는 약 0.3%에 불과합니다. 통장 숫자는 3.5%씩 늘어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 구매력 기준으로는 겨우 0.3%만큼만 부유해진 셈입니다.
더 극단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예금 금리가 2%인데 물가상승률이 3.2%라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1.2%**가 됩니다. 통장 잔액은 늘어나지만,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은 오히려 줄어드는 “손해 보는 저축”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정확한 계산식도 알아두면 좋다
위 공식은 계산이 간편한 근사식이며, 금리와 물가상승률이 낮을 때는 오차가 크지 않습니다. 다만 정확한 공식(피셔 방정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 실질금리) = (1 + 명목금리) ÷ (1 + 물가상승률)
명목금리와 물가상승률이 각각 3~4% 안팎일 때는 두 공식의 차이가 0.1%p 수준으로 미미하지만, 고물가 시기처럼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로 뛰는 상황에서는 근사식과 정확한 공식의 차이가 눈에 띄게 벌어질 수 있습니다.
왜 실질금리를 챙겨봐야 할까
투자나 저축 상품을 고를 때 명목금리만 보고 판단하면 착시에 빠지기 쉽습니다. 물가상승률이 낮았던 시기의 예금 금리 2%와, 물가상승률이 높은 지금의 예금 금리 3.5%를 단순 비교하면 후자가 유리해 보이지만, 실질금리로 환산하면 전자가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앞서 다룬 72의 법칙을 물가상승률에 적용하면 “지금 가진 돈의 구매력이 몇 년 뒤 반토막 나는지”까지 가늠할 수 있으니, 실질금리와 함께 확인해보면 자산이 실제로 불어나고 있는지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