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추월차선》을 리뷰하면서 “시스템을 만들어라”는 메시지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적었었다. 이 책은 그 메시지를 한 단어로 압축한다. 레버리지. 5만 파운드 빚더미와 알코올 중독에서 시작해 3년 만에 백만장자가 된 저자가,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가장 직설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당신은 포식자 아니면 먹잇감이다. 고용자 아니면 노동자, 노예 아니면 주인”이라는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국내에서도 20만 부 넘게 팔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어떤 사람이고, 어떤 책이냐
저자 롭 무어는 영국에서 가장 빠르게 자수성가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대학 시절 몇 차례 사업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빚을 지고 알코올 중독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바닥을 치는 경험 속에서 자본주의의 원리를 깨닫고 레버리지 기술을 터득했고, 불과 3년 만에 완전한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 자기 자본은 단 한 푼도 들이지 않고 500채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하는 데 성공했고, 현재 영국 최대 부동산 기업 중 하나인 프로그레시브 프로퍼티를 포함해 8개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2016년 원서 《Life Leverage》로 출간된 이 책은 2017년 국내에 처음 소개됐고, 이후 20만 부 기념 블랙 에디션까지 나오며 경제경영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책은 레버리지의 개념, 새로운 부의 공식, 부의 진입로, 후천적 부자의 탄생이라는 4개 장으로 구성돼, 시간과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해 더 큰 성과를 만들어낼 것인지를 다룬다.
레버리지란 무엇인가
이 책의 핵심 개념인 ‘레버리지’는 중요하지 않은 일을 다른 사람이나 시스템에 아웃소싱하고, 본인은 가장 가치 있는 일에만 집중하는 기술을 뜻한다. 저자는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를 직접 만들지 못하지만, 직원을 고용해 테슬라를 운영하며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사례를 든다. 핵심 가치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레버리지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거다.
이 정의가 신선했던 건, 레버리지를 단순한 시간 관리 기술이 아니라 자본주의 게임의 근본 규칙으로 본다는 점이었다. 저자는 우버가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페이스북이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고, 넷플릭스가 영화관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점을 짚으며, 현대 비즈니스에서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이 결국 무언가를 직접 소유하거나 수행하지 않고 레버리지했다는 데 있다고 본다.
레버리지 할 것인가, 레버리지 당할 것인가
책에서 가장 강렬했던 메시지가 이 이분법이었다. 저자는 모든 인간관계와 경제 활동이 결국 한쪽이 레버리지하고 다른 한쪽이 레버리지 당하는 구조로 짜여 있다고 본다. 고용자 아니면 노동자, 포식자 아니면 먹잇감이라는 표현이 다소 거칠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핵심은 본인의 시간과 노력을 누군가의 시스템에 그냥 흘려보낼 것인지, 아니면 본인만의 시스템을 만들어 다른 사람의 시간과 자원을 레버리지할 것인지를 묻는다는 거다.
이 구도가 《부의 추월차선》에서 다뤘던 ‘서행차선 대 추월차선’의 이분법과 정확히 같은 결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책 모두 노동시간을 돈과 직접 교환하는 방식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고, 그 한계를 벗어나려면 본인이 직접 일하지 않아도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신의 시간은 얼마인가
책에서 가장 실용적으로 다가왔던 개념이 ‘시간의 가치 측정’이었다. 저자는 백만장자들의 시간이 한 시간에 700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표현하면서, 본인이 정말 레버리지를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먼저 자신의 시간에 구체적인 가치를 매겨봐야 한다고 짚는다. 그리고 그 가치보다 낮은 보상을 주는 일은 과감히 아웃소싱해야 한다는 거다.
흥미로웠던 건, 저자가 백만장자들이 돈이 많아서 레버리지를 할 수 있었던 게 아니라, 부유하지 않던 시절부터 이미 자신의 시간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그 외의 일들을 레버리지했기 때문에 백만장자가 됐다고 짚는 부분이었다. 순서가 거꾸로라는 거다. 부자가 된 다음 시간을 아끼는 게 아니라, 시간을 아끼는 습관이 먼저고 부는 그 결과로 따라온다는 논리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
책에서 가장 오래 곱씹게 된 구절은 레버리지의 본질을 정의한 부분이었다. “레버리지는 당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아웃소싱하는 기술이다. 레버리지는 당신의 목표와 비전에 따라 당신의 삶을 살아가는 태도다.” 단순히 일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정말 원하는 삶에 집중하기 위한 태도라는 이 정의가, 책 전체에서 가장 인간적인 메시지로 다가왔다.
비판적으로 봐야 할 지점들
다만 이 책은 《부의 추월차선》과 비슷한 한계를 공유한다. 저자 본인의 성공 사례가 책 전체의 설득력을 뒷받침하지만, 그 성공이 모든 독자에게 동일하게 재현 가능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부동산 500채를 자기 자본 없이 소유했다는 신화적인 서사 역시, 구체적인 시장 환경과 운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한 ‘레버리지 할 것인가, 레버리지 당할 것인가’라는 이분법은 다소 거칠고 일방적인 세계관으로 느껴질 수 있다. 모든 인간관계와 노동을 포식자와 먹잇감의 구도로 단순화하는 시각은, 협력이나 상호 이익이라는 다른 가능성을 가볍게 다룬다는 인상을 준다. 자기계발서 특유의 동기부여 화법이 강한 책이라, 구체적인 실행 매뉴얼보다는 태도와 마인드셋을 다지는 책으로 읽는 게 맞을 것 같다.
누구한테 추천하나
- 노동시간을 돈과 직접 교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본인만의 시스템을 만들고 싶은 사람한테 추천한다.
- 《부의 추월차선》을 읽고 시스템 구축이라는 메시지에 공감했다면, 레버리지라는 좀 더 구체적인 도구로 그 개념을 확장해볼 수 있다.
- 다만 인간관계를 포식자-먹잇감 구도로 보는 다소 거친 세계관에 거부감이 있다면, 이 책의 표현 방식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총평
별점은 5점 만점에 3.5점. 레버리지라는 개념 하나로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솜씨는 분명 인상적이었다. 본인의 시간에 가치를 매기고, 그 가치보다 낮은 일은 아웃소싱하라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실용적이다.
《부의 추월차선》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도발적인 주장과 자극적인 비유로 가득해서 읽는 내내 동의와 반박이 교차했다. 다만 두 책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메시지, 즉 노동시간을 직접 파는 구조에서 벗어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통찰만큼은 곱씹어볼 가치가 충분했다.
이 글은 개인적인 독서 후기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본인 책임 하에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