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에서 지금까지 리뷰한 책들 중에 이만큼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책은 없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바꾼 책이고, 누군가에게는 “환상을 파는 책”이라는 혹평을 받는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재테크 책 중 하나이면서, 동시에 저자 본인의 논란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이번 리뷰는 좋은 점과 함께, 비판적으로 봐야 할 지점도 같이 짚어보려 한다.
어떤 책이냐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하와이에서 태어난 일본계 미국인이다. 해병대 장교로 베트남전에 헬리콥터 조종사로 참전했고, 전역 후 제록스에서 세일즈맨으로 일하다가 사업을 시작했다. 책에서 그는 두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박사 학위를 가진 학자이지만 평생 돈 문제로 고생한 ‘가난한 아빠'(친아버지)와, 고등학교도 못 나왔지만 사업과 투자로 거부가 된 ‘부자 아빠'(친구의 아버지)다. 이 두 사람의 상반된 돈에 대한 철학을 대비시키며 책 전체를 끌고 간다.
1997년 출간 이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순위에 6년간 머물렀고, 전 세계 2,700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다만 한 가지 짚을 점은, 이 ‘부자 아빠’라는 인물이 실존 인물인지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왔다는 거다. 책의 메시지 자체와는 별개로, 이런 논란이 있다는 건 미리 알고 읽는 게 좋을 것 같다.
자산과 부채, 새롭게 정의하기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개념이 바로 자산과 부채의 재정의다. 우리가 흔히 아는 회계적 정의와 다르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산은 내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는 것이고, 부채는 내 주머니에서 돈을 빼가는 것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충격적인 결론이 나온다. “당신의 집은 자산이 아니다.” 대출을 끼고 산 자가 거주 주택은 매달 대출 이자와 관리비, 재산세로 돈이 빠져나가기만 하니, 저자의 기준으로는 부채에 가깝다는 거다. 반면 임대료를 받는 수익형 부동산, 배당을 주는 주식, 로열티가 들어오는 지적재산권처럼 가만히 있어도 돈이 들어오는 것들이 진짜 자산이라는 주장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처음엔 “그래도 내 집은 내 자산 아닌가” 싶었는데, 곱씹어볼수록 저자가 말하려는 핵심은 다른 데 있었다. 단순히 “집을 사지 마라”는 게 아니라, 내 현금흐름을 기준으로 자산과 부채를 다시 분류해보는 습관 자체가 핵심이라는 거다. 뭔가를 살 때 “이게 내 주머니에 돈을 넣어줄까, 빼갈까”를 먼저 따져보는 사고방식, 이게 이 책이 주는 가장 실용적인 도구였다.
ESBI 사분면 — 네 부류의 사람들
이 책(정확히는 후속작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2》에서 더 깊게 다뤄지지만, 1편에서도 핵심 개념으로 등장한다)에서 또 하나 유명한 프레임이 ESBI 사분면이다. 사람들을 소득을 만드는 방식에 따라 네 부류로 나눈다.
- E (Employee, 직장인): 안정을 추구하며 고용주를 위해 일하고, 급여를 받는다.
- S (Self-employed, 자영업자/전문직): 본인이 본인의 사장이지만, 본인이 일을 멈추면 수입도 멈춘다.
- B (Business owner, 사업가): 시스템과 사람을 통해 돈이 들어오게 만든다. 본인이 자리를 비워도 사업은 돌아간다.
- I (Investor, 투자자): 돈이 돈을 벌게 만든다. 자본 자체가 일하는 구조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같은 노력을 들여도 E와 S 사분면에 머무는 사람은 세금도 가장 많이 내고 시간도 가장 많이 갇혀 있다는 거다. 반면 B와 I 사분면으로 넘어가면 세제 혜택도 더 받고, 본인의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게 책의 주장이다. E/S 사분면 사람들은 더 많은 급여나 보너스라는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반면, B/I 사분면 사람들은 세금 혜택 자체를 위해 일한다는 대목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일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거다.
쥐 경주에서 벗어나라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비유가 ‘쥐 경주(Rat Race)’다. 월급을 받고, 그 월급으로 빚을 갚고 생활비를 쓰고, 다시 다음 월급을 기다리는 굴레를 쳇바퀴 도는 쥐에 비유한 거다. 저자는 이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노동소득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산을 통한 수동적 소득과 투자소득을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여기서 세금 얘기도 짚고 넘어가는데, 저자는 일반적으로 근로소득에 가장 높은 세율이 붙고, 수동적 소득(특히 부동산 임대소득)에는 상대적으로 세금이 덜 붙는 구조를 지적한다. “정부는 돈이 당신을 위해 일할 때보다, 당신이 열심히 일할 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한다”는 문장이 이 책의 세금에 대한 시각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교훈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곱씹게 된 문장은 “재산이란 사람이 앞으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정의였다. 오늘 당장 일을 그만둔다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 그게 진짜 재산의 척도라는 거다. 통장에 찍힌 숫자가 아니라, 그 돈이 만들어내는 현금흐름이 얼마나 오래 나를 먹여 살릴 수 있는지로 부를 재는 방식이 신선했다.
또 하나, “돈을 많이 버는 것”과 “돈을 유지하고 지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능력이라는 메시지도 인상적이었다. 고소득자라도 금융 지능이 없으면 결국 돈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거다. 이건 이 블로그에서 앞서 다뤘던 《돈의 속성》이나 《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비판적으로 봐야 할 지점들
여기서 균형을 잡고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이 책은 분명 강력한 동기부여를 주지만, 동시에 여러 비판도 받아왔다. 저자 본인의 사업체가 소송에서 패소한 뒤 파산을 신청해 빚을 갚지 않으려 했다는 논란이 있었고, “이 책을 읽고 실제로 부자가 된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식의 회의적인 시각도 꾸준히 제기된다. 또한 구체적인 투자 기법이나 실전 매매 전략은 이 책에 거의 없다. 어디까지나 마인드셋과 프레임을 제공하는 책이지, 실행 매뉴얼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읽는 게 좋다.
그리고 “당신의 집은 자산이 아니다” 같은 주장도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본인의 상황에 맞게 비판적으로 소화할 필요가 있다. 거주 안정성이나 자가 보유에서 오는 심리적 안정감 같은 가치는 이 현금흐름 중심의 자산 정의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누구한테 추천하나
- 돈에 대한 고정관념 자체를 한번 깨보고 싶은 사람, 특히 “월급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구체적인 사고 틀로 정리하고 싶은 사람한테 추천한다.
- 자산과 부채를 현금흐름 기준으로 다시 보는 연습이 필요한 사회초년생한테도 유용하다.
- 다만 구체적인 투자 전략이나 검증된 데이터를 원하는 사람한테는 다소 추상적이고 동기부여 위주로 느껴질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다른 실전형 책(가치투자, 인덱스 투자 등)으로 넘어가는 걸 추천한다.
총평
별점은 5점 만점에 3.5점. 화려한 명성과 판매량에 비해, 실전 투자 기법은 약하다는 한계가 분명하다. 저자 개인에 대한 논란도 가볍게 넘기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산과 부채를 현금흐름으로 재정의한다”는 단 하나의 아이디어만으로도 이 책이 그렇게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킨 이유는 알 것 같다.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 읽는다면, 돈에 대한 고정관념을 한번 흔들어보는 용도로는 여전히 가치가 있는 책이다. 다만 이 책 한 권으로 모든 답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여러 시각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다른 책들과 함께 비교하며 읽는 걸 추천한다.
이 글은 개인적인 독서 후기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본인 책임 하에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