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 리뷰 — 13살도 이해하는 가치투자 공식

지금까지 리뷰한 책들이 대부분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인덱스를 사라”는 결론으로 모였다면, 이 책은 정반대 출발점에서 시작한다. 조엘 그린블라트는 실제로 시장을 이긴 사람이다. 1985년부터 2005년까지 약 20년간 본인이 설립한 고담 캐피털에서 연평균 4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것도 한 해 반짝이 아니라 20년 내내. 그런 사람이 “내가 어떻게 이걸 해냈는지” 공식까지 공개하면서 알려주는 책이라 호기심이 생겨서 읽어봤다.

어떤 책이냐

저자 조엘 그린블라트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증권 분석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다. 투자업계에서는 워런 버핏과 존 템플턴의 뒤를 잇는 ‘구루’로 불릴 정도로 평가받는 인물인데, 이 책에서 그가 공개하는 건 단 두 가지 지표만으로 우량 기업을 염가에 골라내는 ‘마법공식(Magic Formula)’이다. 원제는 《The Little Book That Still Beats the Market》, 책 분량 자체도 300페이지가 안 돼서 한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출간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미국은 물론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전 세계 16개국에서 꾸준히 팔리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설명 방식이다. 복잡한 재무제표 용어 대신,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의 반 친구가 운영하는 껌 비즈니스 이야기로 가치투자의 기본 원리를 풀어낸다. 껌 한 통을 사서 낱개로 쪼개 마진을 붙여 파는 꼬마 사업가 이야기로 “지분을 산다는 것”, “이익”, “안전마진” 같은 개념을 설명하는데, 정말로 초등학생 수준의 산수로도 이해할 수 있게 쓰여 있다.

마법공식이란 무엇인가

핵심은 단 두 가지 지표다.

  • 자본수익률(Return on Capital): 투입한 자본 대비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내는가.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기업일수록 좋다.
  • 이익수익률(Earnings Yield): 지불하는 가격에 비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는가. PER의 역수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저자는 이 둘을 합쳐서 “염가와 우량의 양 측면에서 최상의 조합을 보여주는 기업”을 찾는다고 설명한다. 책 개정판 서문에서 직접 밝히듯, 마법공식은 가장 싼 기업을 찾는 공식도 아니고 가장 우수한 기업을 찾는 공식도 아니다. 싸면서도 좋은 기업, 그 교집합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공식이다. 두 지표 각각으로 기업 순위를 매긴 다음, 두 순위를 합산해서 종합 순위가 높은 기업들을 사는 방식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포인트 3가지

1. 미스터 마켓이라는 변덕스러운 동업자

이 책에서도 벤저민 그레이엄의 ‘미스터 마켓’ 비유가 등장한다.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에서 봤던 바로 그 개념인데, 그린블라트는 이걸 좀 더 친근하게 풀어낸다. 매일 다른 기분으로 찾아와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부르는 동업자가 있다면, 그의 기분에 휘둘릴 게 아니라 그가 비이성적으로 싸게 부르는 날을 노려서 사면 된다는 거다. 마법공식은 결국 이 미스터 마켓의 변덕을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도구라는 설명이 인상 깊었다. 감정을 빼고 공식이 골라주는 대로 사면, 시장의 비이성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는 거다.

2. 인내심 없이는 마법공식도 무용지물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메시지 중 하나가 이거다. “투자는 엉덩이로 하는 것”이라는 격언처럼, 마법공식이 아무리 훌륭한 전략이어도 기다리지 못하면 손실만 남는다는 거다. 마법공식으로 고른 종목들이 매년 시장을 이기는 건 아니다. 어떤 해는 3년 연속 시장 평균에 뒤처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 짧은 기간의 부진을 못 견디고 전략을 포기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책에서 가장 와닿았던 챕터 제목이 “눈 딱 감고 3년만 참아라”였는데,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이렇게 직설적으로 던지는 책도 드문 것 같다.

3. 마법공식이 통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안 하기 때문

저자는 이 공식이 알려진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왜 여전히 통하는지에 대해서도 답한다. 핵심은 이거다. 마법공식으로 골라낸 종목들은 현재 인기 있는 종목,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종목과는 완전히 딴판인 경우가 많다. 다들 외면하는 기업, 재미없어 보이는 기업이 골라지는 거다. 그러니 공식을 안다고 해도 막상 실행하기는 심리적으로 쉽지 않고, 설령 실행해도 단기 부진을 견디지 못해 중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결국 공식 자체가 비밀이 아니라, 그 공식을 끝까지 follow하는 ‘인내심’이 진짜 경쟁우위라는 거다. 이 역설적인 구조가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통찰이었다.

효율적 시장가설에 대한 반박도 흥미롭다

투자를 좀 공부한 사람이라면 “그렇게 다들 아는 공식이면 이미 가격에 다 반영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들 법하다. 책은 이 의문에도 정면으로 답한다. 마법공식이 알려진 지 오래됐어도 여전히 통하는 이유는, 효율적 시장가설이 가정하는 것처럼 모든 투자자가 합리적으로 이 공식을 따라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단 공식대로 행동하지 않거나, 행동해도 끝까지 인내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론과 실전 사이의 간극을 짚어내는 부분이라 설득력 있었다.

누구한테 추천하나

  • 인덱스 투자만으로는 좀 아쉽고, 개별 종목 선정을 체계적인 기준으로 해보고 싶은 사람한테 잘 맞는다.
  • 재무제표 용어가 어려워서 가치투자를 시작 못 했던 사람한테도 좋은 입문서다. 정말 쉬운 비유로 설명한다.
  • 반대로 매일 시세를 확인하며 단기 매매를 즐기는 사람한테는 안 맞을 수 있다. 이 공식은 최소 3년 이상 버틸 인내심을 전제로 한다.

총평

별점은 5점 만점에 4점. 인덱스 투자를 다룬 책들이 “아무것도 고르지 마라”고 말한다면, 이 책은 “고르되, 감정을 빼고 공식대로 고르고 버텨라”고 말한다. 같은 가치투자 철학이라도 실행 방식이 꽤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다만 책 자체가 강조하듯, 이 공식의 진짜 난이도는 공식을 이해하는 데 있지 않고 인내하는 데 있다. 짧고 쉽게 읽히는 책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실천하는 건 결코 짧고 쉽지 않다는 게 이 책의 역설이자 핵심이다.


이 글은 개인적인 독서 후기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본인 책임 하에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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