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에 속지 마라》 리뷰 — 내 성공, 진짜 내 실력 맞아?

투자를 오래 하다 보면 한 번씩 이런 생각이 든다. “나 좀 잘하는 듯?” 수익률이 잘 나오는 시기가 이어지면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붙는다. 근데 이 책을 읽고 나니까 그 자신감에 찬물을 한 바가지 끼얹게 됐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Fooled by Randomness》, 국내에는 《행운에 속지 마라》로 번역된 책이다.

어떤 책이냐

저자 탈레브는 월스트리트에서 15년 넘게 옵션 트레이더로 일한 사람이다. 나중에 쓴 《블랙 스완》으로 훨씬 유명해졌는데, 이 책은 그보다 먼저 나온 2001년작이자 그의 첫 대중서다. 《블랙 스완》이 예측 불가능한 대형 사건을 다룬다면, 이 책은 좀 더 사적이고 일상적인 질문을 던진다. “내가 잘나서 성공한 걸까, 아니면 그냥 운이 좋았던 걸까.”

저자가 트레이더로 일하면서 직접 본 게 있다. 한동안 잘나가던 ‘천재 트레이더’들이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는 모습. 본인들은 실력이라 믿었고 주변에서도 그렇게 떠받들었는데, 운이 바뀌는 순간 모든 게 끝났다는 거다. 이 책은 그 관찰에서 시작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포인트 3가지

1. 생존자 편향 — 우리가 보는 건 살아남은 사람들뿐

이 책에서 제일 와닿았던 개념이다. 성공한 펀드매니저 인터뷰, 대박 난 창업가 강연, 베스트셀러 작가의 비법 — 우리는 이런 걸 열심히 찾아서 배우려고 한다. 근데 똑같은 전략, 똑같은 방식으로 시도했다가 조용히 망해서 사라진 사람들은 어디서도 볼 수가 없다. 그 사람들은 책도 안 쓰고 유튜브도 안 찍으니까.

저자가 드는 비유가 인상적이었다. 치과의사랑 트레이더를 비교하는데, 치과의사는 같은 인생을 1,000번 다시 살아도 결과가 비슷할 거다. 근데 트레이더나 창업가는 1,000번 다시 살면 결과가 완전 극과 극으로 갈릴 수 있다. 변동성이 큰 직업일수록, 우리 눈에 보이는 ‘성공 사례’는 그냥 운 좋게 몰린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거 읽고 나서 SNS에서 보는 투자 성공담들을 좀 다르게 보게 됐다.

2. 확률적으로 부유한 바보

탈레브가 만든 표현인데, 운으로 돈을 번 사람이 그걸 본인 실력이라고 착각하는 현상을 말한다. 책에 나오는 사고실험이 재밌었다. 순전히 운으로 매년 50% 확률로 수익 내는 펀드매니저가 1만 명 있다고 치면, 5년 연속 수익 내는 사람이 통계적으로 수백 명은 나온다고 한다. 동전 던지기로 다섯 번 연속 앞면 나온 사람을 천재라고 칭송하는 거랑 다를 게 없다는 거다.

근데 진짜 무서운 건 그다음이다. 단기 수익에 자신감이 붙은 사람이 베팅 규모를 키운다. 그러다 한 번의 나쁜 거래로 그동안 번 거 다 날리고 더 깊은 구덩이에 빠진다. 단기 고수익은 축하할 일이지 자랑할 일은 아니라는 저자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3. 대안 역사 — 안 일어난 가능성도 같이 생각하라

이 개념이 제일 실천하기 어려웠던 부분이다. 어떤 선택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해서 그 선택 자체가 좋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거다. 책에 나오는 러시안 룰렛 비유가 강렬한데, 다섯 번 살아남았다고 그 사람의 판단력이 훌륭한 건 아니다. 여섯 번째 방아쇠가 아직 안 당겨졌을 뿐이다.

투자로 치면, 무리한 레버리지를 썼는데 우연히 수익이 났다고 그 결정이 옳았던 게 아니다. 같은 결정을 1,000번 반복했을 때 나올 수 있었던 다른 시나리오들을 같이 생각해봐야 한다는 거다. 결과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과정으로 판단하라는 얘기인데, 막상 내 투자를 돌아보니 결과 좋으면 다 좋게 포장하고 있더라.

비선형성 얘기도 인상적이었다

시장 수익이 정규분포처럼 고르게 분포하지 않는다는 챕터도 좋았다. 평소엔 자잘한 등락만 있다가, 며칠 안 되는 극단적인 날들이 1년 수익을 통째로 결정해버린다. 1987년 블랙 먼데이 하루, 2020년 3월 한 달 같은 사례들. 그래서 저자는 “평균적으로 얼마 벌까”보다 “최악의 경우 얼마나 잃을까”를 먼저 생각하라고 한다. 포트폴리오 짤 때 이 마인드를 계속 떠올리게 됐다.

아쉬운 점

솔직히 말하면 탈레브 특유의 문체가 좀 거슬릴 수 있다. 은근히 잘난 척하는 느낌의 문장들이 종종 나온다. 그리고 운의 비중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까, 노력이나 실력의 의미가 상대적으로 깎이는 듯한 인상도 받았다. 구체적인 투자 전략이나 종목 얘기는 전혀 없고 철학 에세이에 가까운 책이라, 바로 써먹을 팁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누구한테 추천하나

  • 단기 수익률 잘 나온다고 자신감 붙어 있는 사람한테 특히 추천한다. 한 템포 쉬어가게 해준다.
  • 유튜브나 SNS에서 누군가의 투자 성공담 보고 자주 흔들리는 사람도 읽어보면 좋다.
  • 블랙 스완》 읽다가 너무 어렵게 느껴졌던 사람은 이 책부터 시작하는 게 낫다. 훨씬 개인적이고 술술 읽힌다.

총평

5점 만점에 4점 정도 주고 싶다. 화려한 투자 비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지만, 내가 그동안 결과만 보고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해주는 책이다. 특히 생존자 편향이랑 대안 역사 이 두 개념은 책 덮고도 한참 머릿속에 남았다.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하는 편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이 글은 개인적인 독서 후기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본인 책임 하에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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