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득 2천만원·건강보험료, 가족법인 절세가 유리할까?
은퇴를 준비하면서 자산이 어느 정도 쌓이자,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가족법인을 만들어서 금융자산을 법인 명의로 옮기면 금융소득세도 줄고 건보료도 해결된다”는 것이었다. 솔깃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세법 조문도 찾아보고, 세무사 상담도 받아봤다. 그렇게 조사한 내용을 정리한 게 이 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예전에 알려진 것과는 많이 달라진 상황이다. 퇴직 후 금융소득이 늘어나면 두 가지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건 맞다. 금융소득종합과세와 건강보험료다. 그런데 이 둘을 가족법인으로 해결하려면, 최근 세법 개정으로 달라진 현실을 반드시 먼저 확인해야 한다.
“법인세 9.9%”는 2024년까지의 이야기다. 2026년 기준 일반 법인의 최저 법인세율은 9%(지방세 포함 9.9% → 10%, 지방세 포함 11%)로 소폭 인상됐다. 그런데 가족법인처럼 소규모 금융투자 법인이 흔히 해당하는 성실신고확인대상 소규모 법인은 2025년부터 저율 구간 자체가 삭제되어 2026년 기준 최저 20%(지방세 포함 22%)가 된다. “9.9%” 또는 “11%”를 전제로 한 절세 시뮬레이션이라면 내 법인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법인 설립 전에 ISA·연금계좌를 먼저 최대한 채워야 한다. 훨씬 단순하고 리스크가 적으며, 세율 면에서도 밀리지 않는 절세 수단이 먼저다.
법인이 유효한 경우는 한정적이다. 절세계좌를 충분히 활용하고도 남는 자산 규모가 크고, 장기 재투자 또는 자녀 자산 승계 목적이 명확할 때만 현실적인 선택지다.
개인 금융소득
종합과세 최고세율
일반 법인 최저 법인세율
(2026, 지방세 포함)
성실신고확인대상 법인
최저 법인세율 (2026, 지방세 포함)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이자+배당 합산)
건보료 산정 반영
금융소득 기준
목차
왜 금융소득이 늘면 부담이 커지나
금융소득(이자+배당)이 연 2,000만 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되어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다른 소득이 있는 사람이라면 최대 45%(지방세 포함 49.5%)까지 세율이 올라갈 수 있다.
건강보험료도 마찬가지다. 지역가입자 기준으로 금융소득이 연 1,000만 원을 넘으면, 초과분이 아니라 그해 금융소득 전액이 건보료 산정 소득에 반영된다. 두 기준 모두 임계점을 넘는 순간 부담이 한 번에 늘어나는 구조라서, 이 임계점들을 미리 알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가족법인 전략의 핵심 전제부터 점검하자
“금융자산을 법인 명의로 옮기면 법인세 9.9%로 과세받고, 가족 주주에게 배당을 분산해 개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게 이 전략을 권하는 쪽의 논리다. 그런데 이 “9.9%”라는 숫자부터가 문제다. 이 세율은 2024년까지의 기준이고 지금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전제 1 — 가족법인은 성실신고확인대상 소규모 법인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세법은 다음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법인을 성실신고확인대상 소규모 법인으로 분류한다.
| 요건 | 내용 |
|---|---|
| 수동소득 비중 | 이자·배당·부동산(권리) 임대 수입금액 합계액이 매출액의 50% 이상, 또는 부동산임대업이 주된 사업 |
| 상시근로자 수 | 5인 미만 |
| 지배주주 지분 |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 합계 50% 초과 |
가족이 주주이고, 이자·배당 등 금융투자 수익이 주된 수입원이며, 직원을 거의 두지 않는 법인이라면 이 세 요건에 거의 정확히 들어맞는다.
국세청 유권해석(서면-2024-법인-2912)에 따르면, 금융·보험업을 “주업”으로 영위하는 법인이 받은 이자·배당소득은 사업소득으로 분류되어 성실신고확인대상 판정의 수동소득 비율 계산에서 별도 취급될 수 있다. 다만 이는 사업자등록증 업종코드만 형식적으로 바꾸는 것으로 자동 인정되지 않는다. 법인 등기부 사업목적 추가, 회계처리상 주식매매차손익을 영업수익으로 계상하는 등 실질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하며, 본인 상황에서 이 예외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는 세무사와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전제 2 — 이 유형의 법인세율이 2025년부터 대폭 인상됐다
2024년까지는 성실신고확인대상 소규모 법인도 과세표준 2억 원 이하 구간에서 9%(지방세 포함 9.9%)를 적용받았다. 그런데 2025년부터 이 저율 구간이 삭제됐고, 2026년에는 전 구간이 추가 인상됐다.
| 과세표준 | 일반 법인 (2026) | 성실신고확인대상 (2024) | 성실신고확인대상 (2026) |
|---|---|---|---|
| 2억 원 이하 | 10% (지방세 포함 11%) | 9% (지방세 포함 9.9%) | 삭제 → 20% 편입 (지방세 포함 22%) |
| 2억 ~ 200억 원 | 20% (지방세 포함 22%) | 19% (지방세 포함 20.9%) | 20% (지방세 포함 22%) |
| 200억 ~ 3,000억 원 | 22% (지방세 포함 24.2%) | 21% (지방세 포함 23.1%) | 22% (지방세 포함 24.2%) |
| 3,000억 원 초과 | 25% (지방세 포함 27.5%) | 24% (지방세 포함 26.4%) | 25% (지방세 포함 27.5%) |
※ 지방소득세는 법인세의 10%. 위 표의 일반 법인 세율은 2026년 기준 (2025년 세법 개정 반영).
참고로 일반 법인이라면 2026년 기준 2억 원 이하 구간 세율은 10%(지방세 포함 11%)다. 같은 4,000만 원 기준이면 약 440만 원 수준으로, 성실신고확인대상(880만 원)의 절반에 그친다. 내 법인이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지가 결과를 완전히 바꾼다.
추가로 성실신고확인대상 소규모 법인은 2025년 2월 28일 이후 개시 사업연도부터 조세특례제한법상 중소기업에서도 제외된다.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통합투자세액공제, 통합고용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일반 법인은 이 제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도 법인을 통한 절세 효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세율이 예전보다 높아졌다고 해도, 개인의 최고 종합소득세율(49.5%)보다는 법인세(20~22%)가 낮은 건 사실이다. 다만 이 차이를 실제 손에 쥐는 현금으로 연결하려면 추가로 고려할 게 많다.
추가로 조심해야 할 리스크들
가지급금 문제: 법인에 쌓인 자금을 주주가 대여 형식으로 끌어다 쓰면서 적정 이자를 지급하지 않으면,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이 적용되어 법인에는 인정이자가 익금산입되고 주주에게는 상여나 배당으로 간주되어 추가 과세될 수 있다.
자녀 주주와 증여세·부당행위 문제: 자녀가 주주라면 지분율대로 배당을 받는 것 자체는 정상적인 행위이며 증여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은 따로 있다. 첫째, 자녀가 지분을 취득할 때 자금 출처다. 부모가 자녀에게 자금을 증여해 지분을 취득하게 하면 그 증여 자체에 증여세가 부과된다. 둘째, 급여·상여를 통한 이익 이전이다. 자녀가 실제 업무 없이 임원 또는 직원으로 등재되어 급여·상여를 받으면 부당행위계산부인 또는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자녀 급여가 인정받으려면 실제 업무 수행과 그에 걸맞은 보수 수준이 전제되어야 한다.
건보료 측면은 어떨까
법인이 받은 배당·이자 소득 자체는 대표이사 개인의 건강보험료 산정에 직접 포함되지 않는다. 대표이사로서 받는 급여(근로소득)만 건보료에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급여 수준을 낮게 설정하면 건보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맞다.
따져봐야 할 체크리스트
- 성실신고확인대상 소규모 법인 요건 해당 여부를 세무사와 함께 정확히 따져본다. 세 요건 중 하나라도 빠지면(예: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제외될 수 있지만, 이를 위해 형식적으로 인원만 늘리는 건 다른 세무 리스크를 만들 수 있다.
- 금융 관련 업종으로 사업자등록·법인 등기를 정비할지 검토한다. 외부 자금 모집 없이 주주 자금만으로 운용한다면 금융위원회 인허가 대상은 아니지만, 업종코드(예: 기타금융업 659902)와 법인 등기부 사업목적, 회계처리 방식까지 일관되게 정비해야 실질을 인정받을 수 있다.
- 2026년 기준 실제 적용 세율로 다시 시뮬레이션해본다. 성실신고확인대상 소규모 법인이라면 과세표준 2억 원 이하 구간도 20%(지방세 포함 22%)부터 시작하며, 과세표준이 올라갈수록 22~25%(지방세 포함 24.2~27.5%)까지 올라간다. 대부분의 소규모 가족 금융투자 법인은 2억 원 이하 구간에 해당하므로 22%를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 9.9%를 전제로 한 계산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 법인 단계 절세와 개인 단계 추가 과세를 모두 합산한 실질 절감액을 계산한다. 법인세만 보고 판단하면 효과를 과대평가하게 된다.
- 법인 설립·유지 비용(세무 기장료, 성실신고확인 비용, 4대보험 등)을 포함한 순절감액이 충분한지 확인한다.
- 국내 상장주식처럼 개인이 이미 비과세 혜택을 받는 자산은 법인으로 옮기지 않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 자녀를 주주로 참여시키는 구조는 증여세 측면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ISA와 연금계좌부터 — 더 간단하고 확실한 절세 수단
법인 설립을 검토하기 전에, 훨씬 간단하고 리스크가 적은 절세 수단부터 최대한 활용하는 게 먼저다.
이런 절세계좌를 충분히 활용하고도 남는 금융자산 규모가 크고, 동시에 장기 재투자 또는 자녀 자산 승계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을 때만 법인 설립을 현실적인 선택지로 검토하는 게 합리적인 순서다.
마무리
가족법인을 활용한 금융소득·건보료 절감 전략은 이론적으로 여전히 존재하지만, 2025~2026년 세법 개정으로 그 효과는 예전에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작아졌고, 어떤 경우엔 거의 사라졌다. 금융투자 중심의 가족법인 대부분이 성실신고확인대상 소규모 법인에 해당하고, 이 경우 법인세율이 최소 20%(지방세 포함 22%)까지 올라간다는 걸 모르고 옛날 정보(9.9%)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하면 큰 오차가 생길 수 있다.
법인 설립을 고려하기 전에 ISA와 연금계좌부터 최대한 채우고, 그래도 부족하다면 최신 세율을 반영한 정확한 시뮬레이션을 세무사와 함께 진행하는 게 순서다.
자주 묻는 질문
Q. 금융소득이 2천만원을 넘으면 무조건 세금이 크게 늘어나나요?
2천만원을 1원이라도 초과하면 초과분이 아닌 전체 금융소득이 종합소득에 합산된다. 다른 소득(근로·사업·연금 등)과 합쳐진 총소득 규모에 따라 세율이 결정되므로, 다른 소득이 많을수록 세 부담 증가폭이 커진다. 반대로 다른 소득이 거의 없다면 합산 후 세율이 분리과세(15.4%)보다 낮을 수 있어 실질 부담이 예상보다 크지 않은 경우도 있다.
Q. 가족법인이 받는 배당금에도 법인세가 부과되나요?
법인이 국내 상장주식에서 받는 배당금은 원칙적으로 법인세 과세 대상이다. 다만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 제도로 일정 비율이 과세소득에서 제외될 수 있다. 그러나 해외 ETF·펀드 배당, 이자소득 등은 전액 과세되며, 소규모 가족법인이 흔히 해당하는 성실신고확인대상 법인은 최저세율 20%(지방세 포함 22%)가 적용된다. “법인세율이 낮다”는 설명을 그대로 믿기 전에 반드시 내 법인 유형을 확인해야 한다.
Q. 가족법인을 만들면 건강보험료가 없어지나요?
아니다. 금융자산을 법인 명의로 이전하면 개인의 금융소득이 줄어 지역가입자 건보료 산정 기준에서 해당 소득이 빠지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대표이사로 등재되면 직장가입자로 전환되어 보수월액 보험료가 발생하고, 법인에서 배당을 받으면 그 배당금이 다시 건보료 부과 대상이 된다. 법인 설립 자체가 건보료를 없애주는 게 아니라, 소득 흐름이 바뀌면서 부과 구조가 달라지는 것이다.
Q. 법인에서 개인에게 배당하면 세금을 두 번 내나요?
맞다. 법인이 수익에 법인세를 먼저 낸 뒤, 세후 이익을 개인에게 배당하면 배당소득세(15.4%, 2천만원 초과 시 종합과세)가 다시 부과된다. 이를 이중과세라고 한다. 배당세액공제 제도로 일부 경감이 되지만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단순 이중과세 계산에서 법인이 불리하게 보이는 경우도 많고, 실제 절세 효과는 재투자 기간과 법인 활용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Q. 금융자산이 얼마 이상이어야 가족법인이 유리한가요?
일반적으로는 ISA·연금저축·IRP 등 절세계좌를 모두 활용하고도 남는 금융자산이 수억 원 이상이고, 장기 재투자 또는 자녀 자산 승계 목적이 명확할 때 비로소 검토 가능한 수준이 된다. 법인 설립·운영·세무·회계 비용(연 200만~500만원 이상), 이중과세 부담, 성실신고 의무 등을 감안하면 자산 규모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손해가 날 수 있다. 정확한 손익분기는 소득 구조·가족 구성·활용 목적에 따라 달라지므로 세무사 시뮬레이션이 필수다.
Q. ISA·연금저축과 가족법인 중 무엇을 먼저 활용해야 하나요?
절세계좌(ISA·연금저축·IRP)를 먼저, 가족법인은 그다음이다. ISA는 연간 2천만원(5년 최대 1억원) 납입이 가능하고, 계좌 내 수익에 대해 비과세(200만원까지)·저율과세 혜택을 받으면서 건보료 부과 소득도 발생시키지 않는다. 연금저축·IRP는 납입 시 세액공제에 인출 시 저율 연금소득세(3.3~5.5%)까지 적용된다. 이 계좌들을 최대한 채운 이후에도 절세 여지가 남는 규모의 자산이 있을 때, 비로소 가족법인이 실질적인 선택지가 된다.